2016. 2. 1. 00:01

커플전환 AU 어벤져스 아카데미Ver 로키와 한유나의 첫 만남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만. 설명이 많이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ㅜ0ㅜ




























***


덧1)

미드가르드에 별달리 흥미가 없던 로키(어벤아카ver)(강조)(? 가, 소음을 피해 우연히 들어선 골목에서 미완성된 벽화를 만났고,

평범한 벽화 속의 색채와 감성에 매료되어서 매일 찾아와 그림을 보고 잠시 쉬어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는 동안 그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자연스레 그림을 그린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즘. 유나를 만났습니다.

뭔가 설명이 기네요 ㅜ0ㅜ 이런 설명을 그림 속에 넣어서 녹여야 했는데..(mm...


덧2)

유화 붓을 세척하는 유통에 꽃을 꽂아 두고 가는 것은 아마 잘 보고 간다는 로키 나름의 인사가 아닐 까시라 '-'* (?

사실 전시장에 가면 지인들이 꽃다발을 작품 밑에 두고 가곤 하는데, 그게 생각이 나서 소소하게 써먹어봤습니다. (.....)

아마 유통은 비어있겠죠. ...... 기름은 없을 거예요. (....)


덧3)

다 그리고서 알았는데 어벤아카 로키는 쓰리피스정장이 아니더라고요? ^^;;;;; 쓰리피스인 줄....




Posted by 돗나물
2016. 2. 1. 00:00





by. 돗나물무침



Posted by 돗나물
2016. 2. 1. 00:0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2. 1. 00:00

  캐서린 캠벨, 27세, 천재 해커 겸 프로그래머, 블라블라……. 자세한 사항은 알 사람은 아는 이야기니 넘어가도록 하자. 이 이야기는 캐서린 캠벨이 2012년 봄 자비스를 해킹하면서 자신의 시그니처를 남기지 않았거나, 아니면 남겼지만 토니 스타크가 그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시작한다. 다시 말해서 이 이야기의 캐서린 캠벨과 토니 스타크는 쉴드와 트리스켈리온이 사회적, 물리적으로 붕괴하는 2014년 봄, 서로에 알고 있기는 하나 개인적인 대화는 한 마디도 나눠본 적이 없었다는 거다. 물론, 그 외의 조금 다른 이야기도 있다. 그건 차차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 2014년 봄, 캐서린 캠벨은 토니 스타크가 아닌 다른 슈퍼 히어로―어쩌면 빌런일 수도 있는―를 길에서 줍게 된다.



MISSION



  거실 소파를 점령하고 있는 남자를 보며 캐서린은 생각했다.

  ‘엄마가 길에서 뭐 주워오지 말라고 했는데.’

  캐서린이 6살 적 길에서 커다란 인형을 주워왔을 때 들은 말이었다. 캐서린은 그 인형을 버리지 않겠다고 두 시간을 빽빽거리며 울었지만 결국 인형은 버려졌다. 그때 크게 혼나서, 가 아니라 그때 인형에게서 옮겨온 벼룩 때문에 캐서린 뿐만 아니라 캐서린의 유치원 애들이 전부 고생하는 바람에 그 이후로 캐서린은 길에서 뭔가 주울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인형도 아니라 사람, 그것도 남자, 그것도 캐서린을 실직자로 만드는 데 일조한 사람, 그것도 암살자를 주워오다니. 캐서린은 소파 앞에 쪼그려 앉은 채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36분 전의 일이었다. 

  캐서린은 약간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35시간 전 쯤에 다니던 직장이 여러 가지 의미로 무너지는 걸 눈앞에서 지켜본 것이다. 캐서린의 직장은 쉴드였다. 캐서린의 직장이 무너지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거라 믿는다. 다행히 피난 교육 하나만은 완벽하게 하는 쉴드답게 사상사는 많지 않았고 캐서린도 별 문제 없이 빠져나왔지만, 20대의 70%를 꼬박 갖다 바친 트리스켈리온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캐서린도 보통의 월급쟁이들처럼 일하다 말고 쉴드 망해버려라 하고 중얼거린 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진짜 망하다니……. 거기다가 하이드라를 어쩌고저쩌고 한다며 내부 정보를 전부 공개해버린 것도 당황스러웠다. 물론 캐서린의 정체―겉모습은 평범한 보안 프로그래머이지만 사실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천재 해커라는 것―를 비롯한 중요한 정보들은 그 일이 있기 직전 캐서린의 정체를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가 캐서린에게 연락을 한 덕에 공개되기 전에 지워버리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캐서린이 퇴직금도 기대할 수 없는 실업자가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자고로 머리가 복잡할 때는 쇼핑이 최고다. 물론 걱정 중 제일 큰 걱정이 돈 걱정이기는 했지만 적금을 깨면 어떻게든 잠깐을 살 수 있을 테고, 캐서린이라면 재취직도 문제는 없겠지. 물론 또 이력서를 쓰고 자기 소개서를 쓰고 하는 건 귀찮겠지만……. 아니면 해커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포트폴리오로 취업하고 싶은 회사의 서버를 뒤집어버려도 좋을 테고……. 그러다 감옥에 가면 좀 곤란하지만……. 

  쇼핑―까지는 귀찮아서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캐서린의 팔을 낚아챘다. 휙, 하고 몸이 돌아가면서 들고 있던 종이봉투에서 물건들이 쏟아졌다. 그 와중에 자신의 팔을 낚아 챈 사람이 누구인지보다도 쏟아져서 굴러가는 오렌지가 신경 쓰이는 것인 한가한 생각일까, 아니면 너무 당황해서 혼란스러운 걸까.

  “캐서린 캠벨.”

  낮은 목소리가 캐서린의 이름을 불렀다. 캐서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눈앞에서 30cm도 안 될 거리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끌려온 곳이 어두운 골목이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쩐지…… 익숙하다, 고 할 것 까지는 없지만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어디서 본 거지? 그리고 캐서린의 이름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You are…… were my mission.”

  남자는 중얼거리듯 그렇게 말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캐서린은 남자의 마지막 말로 그 남자가 누군지 기억해냈다.



  다행인 것은 그곳이 캐서린의 집 바로 옆 골목이었고, 때마침 캐서린의 이웃에 사는 소년이 지나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불행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곳이 캐서린의 집에서 멀었고, 때마침 이웃집 소년이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캐서린은 얼른 그곳을 떠나고 경찰을 부르거나 아직 연락이 되는 쉴드 요원에게 연락을 했을 거다. 하지만 그곳이 캐서린의 집 근처이고, 마침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캐서린은 정신을 잃은 남자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왔다. 

  “아는 사람이에요?”

  “어? 응.”

  이웃집 소년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하기는 했지만 스스로도 좀 떨떠름했다. 물론, 캐서린이 남자를 알기는 했다. 알기는 했는데…….

  ‘지금 지명수배 중이고, 한 때 날 죽이려고 했던 암살자야.’

  차마 사실을 말하기는 좀 그랬다.

  어쨌거나 지금, 캐서린은 자기 집 소파에 누워 있는 자신의 암살자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뭐, 사실 그녀의 기준에서 ‘암살자’라는 말은 좀 그렇기는 하다. 어쨌거나 남자는 캐서린을 죽이지 않았고, 캐서린은 아직 살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캐서린은 남자가 캐서린을 죽이려고 했던 적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남자가 캐서린을 살려놓은 이유가 그 때 운명적인 사랑을 느꼈다거나, 동정심을 느꼈다거나, 하는 그런 이유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저 캐서린을 죽이라는 명령이 철회되었을 뿐이다. 캐서린은 그때, 캐서린을 보던 남자의 눈을 기억했다. 아무런 표정이 없는, 어둠에 가라앉은 텅 빈 눈동자. 남자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캐서린을 죽이려고 할 때도, 죽이지 않아도 됐을 때도. 

  하지만 남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고작 몇 십 시간 전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40시간 전이다. 

  [ 갑자기 이런 걸 부탁해서 미안한데, 콜슨이 당신은 믿어도 된다고 했어요. ]

  45시간 전, 캐서린이 해커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 마리아 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마리아는 캐서린에게 곧 쉴드의 모든 정보가 공개될 것이라는 말고 함께, 그런 상황에서도 함부로 공개 되서는 안 될 정보들을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 

  [ 지금 공식적으로 최고 보안 등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쪽에는  없어요. 하지만 당신이라면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요. ]

  그건 사실이었다. 쉴드의 보안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모두 캐서린의 손을 거친 것이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프로그래머로서의 능력보다는 해커로서의 능력이 더 뛰어난 캐서린은 아무리 애를 써도 자기 자신이 뚫을 수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했고, 결국 쉴드의 정보는 캐서린이 마음을 먹는다면 언제든지 열람이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그걸 막는 장치는 단 하나, 캐서린의 도덕심  뿐이었고 지금까지는 그 장치가 잘 이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마리아가 캐서린에게 말한 이야기, 쉴드와 하이드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장치를 망가뜨리기에 충분했고, 캐서린은 마리아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부탁이 있었다.

  [ 윈터 솔저, 그리고 버키 반즈에 대해서 알아봐줄 수 있겠습니까? ]

  그건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의 부탁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건 좀 당황스러운 부탁이었다. 윈터 솔저가 누군데? 캡틴은 그가 하이드라의 암살자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그가 70년 전에 죽었다고 생각한 캡틴의 친구이자 전우인 버키 반즈일지도 모르겠다는 얘기도. 

  [ 전 캠벨 씨가 쓰는 그, 해킹이라는 걸 잘 모르지만 그 분야에서는 캠벨 씨가 가장 뛰어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하이드라의 시스템에서 버키에 대한 것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더 많으니까요. ]

  캡틴의 목소리는 간절하게 들렸고, 캐서린은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해보겠다고 했다. 어쨌거나 트리스켈리온의 컴퓨터를 쓸 수 없는 터라 장비도 마땅치 않았고, 캐서린은 하이드라가 쉴드 내부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 추상적으로 알 뿐 하이드라가 정확히 어떤 식으로 시스템을 사용하는 지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뭐,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이어서 나타샤 로마노프가 전해준 이야기 덕분에 뉴저지에 있던 초기 쉴드 본부 지하에 하이드라의 브레인인 졸라 박사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것과 쉴드 내부에서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정보들을 추적해서 어렵지 않게 하이드라의 서버를 찾아냈다. 정확히는 하이드라의 서버라기보다는 쉴드 서버의 구석구석에 집을 짓고 있는 하이드라의 흔적을 찾았다고 말하는 게 나을 거다. 어쨌거나 덕분에 더 일이 쉬웠다. 아무리 숨겨져 있더라도 그것이 쉴드의 서버 내라면, 캐서린의 손바닥 위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안타깝게도 버키 반즈와 윈터 솔저에 대한 자료는 디지털화 되어 있지는 않은 것이 많은 듯 구멍이 많기는 했지만 관련 된 자료를 찾아내기는 했다. 70년 전 기차에서 추락해 죽은 줄 알았던 버키 반즈가 아르님 졸라에 의해서 슈퍼 솔저 비슷한 것이 되어 윈터 솔저라는 암살자로 이용되고 있었다는 것과 그것을 위해서 수없이 많은 세뇌와 기억 세탁이 이루어졌다는 것, 그리고 윈터 솔저의 미션 중 하나가 바로 5년 전에 있었던 캐서린 캠벨의 납치와 암살―이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이었다는 것도 말이다.

  사실 그것 사건의 당사자가 캐서린임에도 불구하고, 캐서린은 그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어느 날 캐서린이 퇴근 도중에 납치를 당했고, 죽을 뻔 했다가, 풀려났다는 것이다. 캐서린이 알고 있는 것은 누군가가 캐서린을 다른 사람과 착각해서 납치했지만, 그렇다고 캐서린을 죽이게 되면 곤란해서 살려 놨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가 쉴드와 관련이 되어 있고, 쉴드가 개입해서 캐서린의 생명을 지켜졌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게 정확하게 어떤 식으로 연계되어 있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는데……. 

  이제야 알았다. 캐서린을 납치한 것은 하이드라였고, 그들이 바란 것은 프로그래머가 아닌 해커인 ‘린(캐서린의 코드네임 비슷한 것이다)’이었는데 캐서린과 린이 동일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캐서린을 풀어준 것이다. 암살자의 얼굴까지 본 캐서린을 풀어준 이유는 캐서린의 프로그래머로서의 능력이 쉴드가 아닌 하이드라에게도 유용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어쨌거나 캐서린은 본의 아니게 하이드라의 정보도 지켜주고 있었으니 하이드라 쪽에서는 캐서린의 존재도 중요했던 모양이다. (자신을 그냥 그런 평범한 프로그래머라고 생각하는 캐서린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어쨌거나 덕분에 캐서린은 목숨을 구하기는 했지만, 암살자의 기억에 남아버리고 암살자를 기억하는 바람에 이런 애매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지명수배 중인 암살자를 구해오다니, 오. 거기다 이 암살자는 바로 35시간 전 쯤에 있었던 ‘캐서린의 직장 무너뜨리기’에 일조한 사람이고, 어쩌면 아직도 세뇌상태일지도 모른다. 그가 70년 전에 아무리 좋은 사람이고, 캡틴 아메리카의 절친이었다고 해도 70년 동안 반복된 세뇌와 기억 세탁의 영향을 클 테고, 심지어 캐서린은 한 때 그의 ‘Mission'이기도 했다. 혼란 속에서 캐서린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 잠깐.

  캐서린은 남자의 얼굴을 다시 빤히 쳐다봤다. 하이드라의 정보에 의하면 ‘윈터 솔저’는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기억을 지운다고 했다. 하이드라의 세뇌 방식이 어떤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도 반복되는 범죄와 암살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 줄 정도의 위력은 없는 모양이고 그 정도의 세뇌로는 다정하고 성실하며 도덕적인―캡틴 아메리카의 표현에 따르면― ‘버키 반즈’의 정신을 유지시킬 수 없던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윈터 솔저는 ‘Mission'이 끝나면 그 임무에 대한 기억을 잊는다는 거다. 그리고 캐서린이 윈터 솔저에게 납치를 당했던 건 5년 전의 일이고, 그건 윈터 솔저의 마지막 임무가 아니었다. 그 사이에 몇 번의 임무가 더 있었고, 그 중 마지막 임무는 캡틴 아메리카를 살해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캐서린이 본 기록은 신뢰한다면, 남자는 캐서린을 기억하지 못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분명 캐서린을 ‘My Mission'이라고 불렀다. 그 말은 그가 캐서린을 납치했던 그 임무를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다. 


  어째서?

  

  캐서린은 한숨을 폭 내쉬며 눈앞의 남자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머리가 안 돌아갈 때는 그냥 뭐라도 먹는 게 최고다. 어쨌거나 보자마자 죽이지 않은 걸 보면 캐서린을 죽일 생각도 없는 것 같고, 쉴드도 혼란스럽고 캡틴 아메리카는 혼수상태인 지금―아까 마리아가 연락해서 알려줬다― 남자의 존재를 쉴드에게 알려주어도 별 소용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니 그냥 피자나 시켜야지, 캐서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단골 피자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남자가 정신을 차린 것은 그로부터 12시간이 지나서였다. 암살자를 거실 소파에 두고 잘도 자고 있던 캐서린이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기분에 눈을 떴을 때,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와 눈을 마주쳤다. ……뭐지? 캐서린은 잠시 잠이 덜 깬 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생각하다가,

  “헉, 시발, 깜짝이야!!!!”

  상황을 알아차리고 저도 모르게 평소 쓰지 않는 욕―캐서린의 입버릇이 아주 얌전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직접적인 욕은 잘 쓰지 않았다―까지 하면서 벌떡 일어났다. 

  “뭐예요??? 일어났으면 사람을 깨우든지 아니면 그냥 가든지 왜 거기서…….”

  “넌 누구야?”

  “……네???”

  아니, 사람을 붙잡아놓고 쓰러진 게 누구였는데 지금……. 캐서린은 인상을 찌푸리며 남자를 노려봤다. 하지만 남자는, 캐서린이 미안해질 정도로 혼란스러운 얼굴로 캐서린을 보고 있었다. 마치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을 보는 시선, 아니, 캐서린과 자신 중 어느 쪽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시선이었다. 캐서린은 그런 남자를 가만히 보다가, 이내 큰 결심을 하고 입을 열었다.

  “피자 먹을래요?”

  이래봬도 나름 중대한 결심이었다. 남자는 캐서린의 물음에 당황한 듯 눈을 깜빡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다가, 아마도 금세, 그런 것이 다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서 두 사람은 나란히 식탁에 앉아 식어빠진 피자를 나눠 먹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이죠?”

  캐서린은 자신이 피자 반 조각을 먹는 사이에 피자 3조각을 살해한 남자에게 물었다. 배가 고팠나보다. 남자는 열심히 입을 우물거리면서도 성실하게 대답했다.

  “정확히 말하면, (우물) 기억이 단편적이야, (우물) 그래도, (우물) 마지막 임무에 대해서는 기억, (우물) 하고 있지.”

  “다 넘기고 말해요, 좀.”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건 기억한다는 거야. 그가 헬리캐리어를 침몰시키는 걸 막고 그를 죽여야 한다는 거.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 물론 노력은 했지만, 못 했어.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 그를 보면 뭔가……. 혼란스러워. ……그런데 이거, 마저 먹어도 돼?”

  그가 마지막 피자 조각을 보며 물었고, 캐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래도 도망치는 동안은 제대로 못 먹었겠지. 그리고 그 전에도 꽤 못 먹었을 테고, 그러는 와중에 체력 소모는 컸을 거다. 배가 고플 만도 하지. 아니, 그 전에 윈터 솔저의 식사에 대한 기록 자체가 없기는 하던데……. 굶기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제대로 된 걸 먹지는 못하고 지내지 않았을까도 싶다.

  “천천히 먹고 얘기해도 돼요. 먹는 도중에 말을 건 내가 나빴네.”

  캐서린이 그렇게 말하자 남자는 정말 먹는데 집중하기 시작했고, 마지막 피자 한 조각을 먹고도 어쩐지 아쉬워하는 남자를 보며 캐서린은 냉장고에 있던 레트로트 라자냐와 마카로니 앤 치즈까지 꺼내줬고, 남자가 캐서린의 비상식량을 반 정도 거덜 낸 다음에서야 두 사람은 제대로 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자기가 세뇌 당했다는 건 안다는 거죠? 옛날 기억은 안 나고, 캡틴에 대해서도 기억 안 나고, 마지막 임무는 기억나고.”

  “그래. 내가 무슨 짓을 하면서 살아왔는지도…… 기억하고.”

  배가 불러서인지 약간 안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운 눈으로 남자가 말했다. 하긴 그럴 거다. 그가 캡틴의 말대로 ‘다정하고 성실하고 도덕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이 아무리 세뇌를 당했더라도 누군가를 납치하고, 죽이며 살아왔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 캐서린은 문득 그의 눈이 참 맑은 청록색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캐서린의 기억 속 ‘윈터 솔저’의 눈은 언제나 한참 가라앉은 듯한 어두운 색이었는데.

  “나도 기억 안 나고요?”

  캐서린의 질문에 남자는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안 나.”

  “하지만 아까 봤을 땐 당신이 분명 나 보고 ‘My Mission'이라고 했는데.”

  “……그건 기억해.”

  “그런데 왜 그랬는지는 기억이 안 나고?”

  “그래. ……그런데, 네가 정말 내 ‘Mission'이었어?”

  “응, 당신이 날 납치하고 죽이려고 했죠. 뭐, 이런저런 어른의 사정으로 살아나기는 했지만.”

  그 말에 남자의 시선이 더 혼란스러워진 것 같다고, 캐서린은 생각했다. 왜? 캐서린은 그 의문에 살짝 고개를 기울일 뿐 굳이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캐서린이 묻지 않아도 남자가 먼저 말했다.

  “그런데 넌 왜 날 데리고 온 거야? 왜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도 않고?”

  “뭐, 당신이 마음먹으면 일반 경찰로는 택도 없다는 걸 알고, 쉴드는 지금 당신을 잡을 여력이 안 될 테니까요.”

  캐서린은 잠들기 전 10시간 동안 만들어놓은 핑계를 입 밖에 냈다. 그래, 핑계였다. 사실 캐서린도 자신이 왜 이런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저건 꽤 그럴싸한 핑계라서 자기 스스로도 납득이 갈 것 같은 기분이 조금 들었고, 다른 사람도 납득을 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널 죽이려던 사람을 집에 데려와서 밥까지 먹인다고?”

  남자는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 캐서린 스스로만 납득이 간다고 생각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캐서린은 입을 삐죽이 내밀고 잠깐 고민했다. 이에 대해서 제대로 된 핑계를 댈 수 있을까? 아니, 그런 게 존재하기는 할까? 남자의 말이 맞았다. 아무리 그가 악의 조직(사실 쉴드의 일부이기는 했지만, 어쨌거나)의 피해자에 불과하다고 해도, 정신이 불안정할 지도 모르는 암살자, 그것도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암살자를 집에 데려와서 밥까지 먹인다는 건 미친 짓이다. 그가 아무리 캡틴 아메리카의 절친이었고, 70년 전에는 어벤져스와 비슷한 일을 하던 사람들이라고 해도(어쩌면 그들이야말로 1대 어벤져스가 아니었을까) 말이다.

  아무리 해도 적당한 핑계를 댈 수 없을 때 쓸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뿐이었다.

  “그럼 지금이라도 쉴드를 부를까요? 됐고, 좀 씻고 그 옷 좀 어떻게 해봐요.”

  은근한 협박과 함께 말 돌리기 말이다. 남자는 납득이 안 간다는 얼굴로 캐서린을 보기는 했지만, 결국 캐서린의 말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 * * * * 


  버키(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그게 그의 이름이라고 여자가 말해줬고, 그는 그 이름이 어쩐지 낯익었기에 거절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그의 마지막 'Mission'이었던 캡틴 아메리카도 그를 그렇게 불렀다.)는 여자가 준 옷가지를 입고(왜 여자 혼자 사는 집에 그에게 맞을 정도로 큰 옷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있는 건지 버키는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여자는 태연하게 ‘오빠 옷이에요.’ 하고 말했다. 옷은 너무 딱 맞기는 했지만, 그래도 입을 만은 했다.) 여자의 거실 소파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컴퓨터(버키가 이 개념을 이해하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여자가 컴퓨터에 대해서 설명한답시고 튜링 기계와 애니악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않았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다. 물론 그 이야기를 통해 버키가 얻은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했고, 나중에 덧붙인 짧은 설명―텔레비전과 계산기와 신문과 메모장을 섞어놓은 것―과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쪽이 더 도움이 되었다.)앞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가만히 모니터만 쳐다보다가, 신들린 것처럼 한참을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그러다 또 가만히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고. 버키는 여자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쨌거나 여자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그런 방식으로 세계를 구할 수 있는 모앙이었다.

  여자가 버키를 데려온 지(여자는 ‘주워왔다’고 표현하지만) 이제 딱 3일, 그러니까 72시간이 되었는데 여자는 그 중 64시간을 저렇게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었다. 뭐, 72시간 중 64시간이라는 건 어찌 보면 크게 이상할 것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만, 문제는 그 중 50시간을 ‘연속해서’ 앉아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저래도 괜찮나? 여자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버키에게는 먹을 것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먹는 건지 알려주기는 했지만 정작 본인은 입에도 물과 커피 외에는 먹질 않았다. 12시간 쯤 지났을 때 버키가 먹으려고 한 토스트를 가져다주기는 했지만, 여자는 일할 때는 아무것도 안 먹는다며 거절했다. 그래도 괜찮나? 첫 날 피자를 먹을 때보니 제법 잘 먹는 타입인 것 같던데 몸은 비쩍 말라서 신기하다고 생각했건만, 그냥 식습관이 저 모양이라 그런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버키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여자는 버키가 나돌아 다니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아서―버키가 생각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위험하다 싶었다.― 버키는 그냥 하루 종일 가만히 여자가 일하는 모습을 구경하거나, 여자가 빌려준 노트북―소형 컴퓨터라고 했다. 여자는 커다란 컴퓨터와 이런 작은 컴퓨터를 합해서 몇 대나 가지고 있었다.―으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살펴보았다. 컴퓨터도 처음에는 뭐가 뭔지 전혀 몰랐지만 이것저것 건드리다보니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고, 어차피 버키가 할 건 ‘구글링(이것도 여자가 가르쳐 줬다.)’ 정도라서 금세 능숙해졌다. 키보드도 칠 만 했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타자기랑 별로 다르지 않네.’라는 생각이 드는 것 보니 버키는 이전에 타자기를 쳐본 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버키가 찾아본 정보들은 대체로 이전의 자신과,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어벤져스도. 혹시나 싶어서 여자의 이름도 검색해보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 검색하자마자 여자가 뒤를 돌아서 버키를 보면서

  “내 이름 쳐도 아무 것도 안 나와요.”

  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버키는 다시는 여자의 이름을 구글에 검색해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어쨌거나, 인터넷은 대단했고 버키는 자신이 원하던 정보를 많이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캡틴 아메리카나 어벤져스에 대해서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할 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다만 가장 궁금했던 것, 자신, 제임스 뷰캐넌 반즈에 대한 정보는 아무래도 많지 않았다. 하기야 아무리 캡틴 아메리카의 친구라고는 해도 70년 전에 이미 죽은 사람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번에 쉴드의 정보가 전부 풀렸다고 해서 그걸 좀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쪽도 변변한 정보가 없었다. 

  그 외에도, 버키는 아무래도 자신의 지식이 7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현대의 문물에 대한 것들도 좀 찾아봤다. 정치, 사회, 과학 발전, 이런 것들. 그리고 그러는 동안에도 여자는 계속 컴퓨터 앞에서, 버키는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문자와 숫자의 나열들을 늘어놓고만 있었다.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여자가 제대로 의자에서 일어난 것은 52시간이 지나서였다. 물론 버키가 여자가 의자에서 일어나는 장면을 본 건 아니다. 그저, 여자가 ‘나는 안 잘 거니까 내 침대에서 자라’며 자기 침대를 양보해줘서 침대에 누워 잠깐 졸고 있었는데―아무래도 긴장이 덜 풀려서인지 깊이 잠이 들기는 힘들었다― 옆에서 뭔가 풀썩, 하는 느낌이 나서 눈을 떠보니 옆에 여자가 엎드린 채로 잠들어 있었다…….

  버키는 어이가 없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여성이 이렇게 무방비해도 괜찮은 건가? 아니, 사실 생각해보면 여자는 처음부터 어이가 없었다. 버키가 윈터 솔저라는 것도 알고, 여자의 말에 의하면 한 때 그녀가 버키의 타깃이기도 했다면서 혼자 사는 집에 버키를 데려와서 재우고 먹이는 것부터 말이다. 거기다 자기 입으로 버키가 아직 세뇌에서 덜 풀렸을 가능성을 언급해놓고는 이렇게 태연하게……. 물론 지금 버키는 제 정신이기는 했지만 여자의 말대로 자신이 또 정신을 놓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버키는 20대 후반의(아마도) 성인 남자였다. 도대체 뭘 믿고 전혀 모르는 남자를 집에 들여놓고 이렇게 무방비한 태도를 보이는 걸까? 여자가 버키(윈터 솔저가 아닌 버키 반즈)에 대해서 아는 것은 버키가 캡틴 아메리카의 절친이었다는 것 정도뿐인 것 같았고, 캡틴에 대해서도, 그와 같이 쉴드에서 일하기는 했지만 캡틴의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야기를 해본 것도 얼마 전에 통화를 해서 버키를 찾아달라고 한 것이 전부였다는 얘기도 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무슨 믿음으로 버키를 데리고 있는 걸까. 거기다가, 아무리 피곤하다고 해도, 아무리 침대게 넓다고 해도, 다른 남자가 있는 침대에 이렇게…….

  버키는 가만히 여자의 얼굴을 보다가, 살짝 손을 뻗어서 여자의 뺨에 손을 대보았다. ―그다지 체온이 높지 않은, 약간은 싸늘한 피부. 버키의 손이 닿자 여자는 살짝 움찔하기는 했지만 잠이 깨지는 않은 듯, 다시 고르게 느린 숨을 쉬었다. 

  ―이상한 기분이다.

  여자를 보고 있으면 미묘한 감각이 느껴진다. 손바닥 중앙이 따뜻한 것 같기도 하고, 혀끝이 달달하기도 한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왜 그런 감각이 느껴지는 걸까? 버키는 여자를 몰랐다. 여자의 이름이 캐서린 캠벨이라는 것, 쉴드에서 일했다는 것, 그리고 천재적인 해커(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라는 건 알았지만 그 외에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 여자가 버키의 ‘Mission'이었던 적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 하지만 그것이 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은 유일한 연결고리였고, 심지어 버키는 그때의 일이 기억나지도 않았다. 여자에게도 별로 좋은 추억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데 왜 여자는 버키를 믿는 거고, 버키는 왜 여자를 믿는 걸까. 

  지금껏 여자가 이상하다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이 이상하다는 것도 알았다. 버키는 지금 세상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데―심지어 자신의 절친이었다던 캡틴 아메리카조차도― 왜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의 집에 머물러서 여자가 주는 밥을 먹고, 여자가 내주는 침대에서 잠이 들 수 있는 걸까. 여자를 만나기 전 며칠 동안 세상 모든 것이 자신을 위협하는 것 같아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했던 버키가, 왜, 여자를 믿고 있는 걸까.

  버키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일어나 여자에게 이불을 덮어주고―이불도 안 덮고 새근새근 잘도 자고 있었다― 방을 나갔다. 


  여자는 15시간을 자고서야 일어났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태연하게 피자집에 전화를 걸―려고 하는 것을 버키가 막았다.

  “속 버려.”

  버키의 말에 여자는 눈을 꿈뻑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요, 라기보다는 그걸 왜 버키가 신경을 쓰냐는 얼굴이었다. 

  “집에 먹을 거 안 남았잖아요.”

  “스튜 있으니까, 그거 먹어.”

  “……네?”

  여자는 또 눈을 꿈뻑였다.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버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냉동실에 얼려놓은 게 있던데. 뭔가 봤더니 스튜더라고.”

  “……아.”

  여자는 그제야 그런 게 있었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전에 엄마가 갖다 줬지. 신난다.”

  그렇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 부엌으로 가더니, 또 ‘아’, 하고는 뭔가 생각난 것처럼 버키를 보고 말했다.

  “그래도 피자는 시켜요. 저걸로는 부족할 걸요.”

  아무래도 그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었다.

  “아, 맞아, 이제 당신도 돌아다녀도 괜찮으니까 이따 옷이나 좀 사러 가요. 오빠 옷 너무 딱 맞아서 불편해보여요,”

  스튜를 반 그릇 쯤 비웠을 때 여자가 그렇게 말해서 버키는 고개를 갸웃했다.

  “요새는 CCTV 같은 것도 많아서 안 된다며?”

  “응, 쉴드는 안면인식 시스템이 있어서 위험하고, 지금 쉴드가 망했어도 아마 토니 스타크가 감시하고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토니 스타크의 서버를 아작 내 버렸어요.”

  “……뭐?”

  버키는 안면인식이며 서버가 뭔지는 몰랐지만 지금 여자가 엄청난 소리를 했다는 건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뭐라고 설명해야하지, 뭐 아주 망가뜨린 건 아니고 시스템을 중간에 좀 꼬아놨는데 한동안은 모를 거예요. 아, 서버부터 설명해줘야 하나? 음……. 아, 몰라, 어쨌거나 한동안은 괜찮을 거예요. 지금 쉴드 때문에 정 없어서 일일이 살펴 볼 정신도 없을 테고, 일일이 살펴본다고 해도……. 아무리 토니 스타크여도 좀 걸릴 테니까.”

  “토니 스타크가……. 하워드의 아들이지? 아이언맨?”

  “응. 이 시대 최고…… 쯤 되는 천재죠. 하지만 이쪽은 내가 더 잘하니까 걱정하지 마요. 내가 몇 번 이겨 먹은 적도 있는데 본인은 쥐뿔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외출해서 옷도 좀 사고, 장도 좀 봐오죠. 그동안 레트로트만 먹여서 미안해요.”

  “그건 괜찮아. 그런데 지명수배 중이라면 다른 사람이 볼 수도 있잖아?”

  “음, 지금 당신 사진이 제대로 퍼진 게 없어요. 하이드라 쪽에 있던 건 내가 지워버렸고 CCTV나 일반인 카메라에 찍힌 건 전부 마스크 쓴 거고, 당신이 버키 반즈라는 것도 아직 안 알려졌고……. 알려져도 그 때 사진으로 알아볼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지금이랑 분위기가 많이 다르니까.”

  “……왜?”

  버키의 말에 여자는 눈을 또 크게 꿈뻑였다. 여자는 숟가락을 입에 문 채로 말없이 버키를 보았다. ‘뭐가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 표정의 의미는 분명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데? 난……. ……그보다, 너는 쉴드의 요원이었다며.”

  “요원이라기보다는 그냥 직원에 가깝지만, 뭐, 그렇죠.”

  “어쨌거나, 쉴드의 일원이었잖아. 그리고 난 하이드라의 명령에 따르는 암살자였고, 널 납치한 적도 있고, 네 말대로라면 널 죽이려고 하기도 했고, 이번 쉴드 일에서 꽤 큰 역할을 했고, 캡틴 아메리카도 죽이려고 했어.”

  “나도 안 죽였고, 캡틴도 안 죽였잖아요.”

  “못 죽인 거지. 그리고 내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죽였다는 건 알아.”

  “세뇌당한 거잖아요. 당신의 의지가 아니었고, 당신의 의지로는 다시는 하지 않을 거고. 그렇죠?”

  “그야 당연하지. 하지만……. 넌 그걸 어떻게 믿는 건데?”

  버키의 질문에 여자는 가만히 버키를 보았다. 

  ―또.

  여자의 푸른 눈, 봄의 하늘색을 닮은 그 눈이 버키를 향하자, 버키는 또 그 미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손바닥 중앙에 느껴지는 온기, 그리고 혀끝에 느껴지는 달콤한 맛. 

  “나도 잘 모르겠는데…….”

  여자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이며 그렇게 말하고, 멋쩍은 듯 웃더니,

  “뭐, 어때요. 지금 보니까 믿을만한 것 같고.”

  그렇게 대답했다. 

  버키는 어이가 없어졌지만, 태연하게 그렇게 말하고 마저 스튜를 먹기 시작한 여자를 보고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그것이 자신이 70여년 만에 처음 지은 미소라는 것을, 그는 한참 후에서야 알게 된다.


* * * * *


  5년 전.

  캐서린은 자신이 갇힌 방 건너편에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남자를 보면서 몸을 움츠렸다. 은색 금속 같은 것으로 뒤덮인 오른팔을 제외하고는 온통 검은색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남자는 텅 빈 어두운 색 눈동자로 캐서린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캐서린은 남자가 인간이라기보다는 CCTV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저 CCTV는 캐서린이 조금이라도 불손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곧바로 캐서린을 죽일 수 있겠지. 그런 생각에 캐서린이 작게 한숨을 내쉬자 남자가 살짝 움찔했고, 캐서린은 다시 몸을 움츠렸다.

  캐서린은 이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왜 평범하기 짝이 없는 평범한 프로그래머……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일개 프로그래머……도 아니지만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알려져 있는 캐서린이 한쪽 팔이 기계인 것처럼 보이는(설마 진짜 기계는 아니겠지만) 남자에게 납치를 당해서 이런 어두운 방에 갇혀 있어야 하는 걸까. 설마 캐서린의 정체―쉴드가 온 세상에 깽판을 치고 다니는 걸 도와주는 해커―가 알려졌나? 그럴 리는 없을 텐데. 캐서린이 그 유명한 ‘쉴드의 해커’라는 사실은 쉴드의 데이터베이스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저 몇몇 사람들에게 구두로만 전해지는 그런 종류의 일인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캐서린은 그냥 쉴드의 보안 프로그램을 끼적이는 프로그래머일 뿐이다……. 아니, 그게 문제인가? 누군가 쉴드의 서버에 침입하기 위해서 캐서린을 데려온 걸까? 그렇다면 사람을 제대로 고르기는 했다만……. 

  하지만, 지금 캐서린 앞에 있는 남자는 아무래도 보통 사람으로 보이지가 않았다. 살인청부업자나, 쉴드와 비슷한 종류의 조직의 요원이라고 생각하는 게 큰 잘못은 아닐 거다. 그리고 저런 사람들은 보통 ‘살려둘 사람’의 앞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텐데……. 

  이용하고 죽이려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비약은 아닐 거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해도 묘하게 긴장감이 들지 않는 이유는 아마, 이 상황이 너무 말도 안 되기 때문이었다. 캐서린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해커이자 꽤 실력이 좋은 프로그래머고, 세상에서 가장 큰 정보기관에서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평범한 샐러리맨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편안하고 따뜻한, 여름에는 시원한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키보드나 두드리고 있는 자신이 뭔가 스펙타클한 일에 휘말릴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것은 옆 사무실 사람들에게나 생기는 일이 아니던가. 

  거기다 저 남자는 무서워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캐서린에게 험한 짓을 하지도 않았다. 캐서린을 납치한 것도 저 남자이기는 하지만, ‘옷 차람이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한 직후에 기절해서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이었으니까. 그 이후로는 뭐, 그냥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고.

  그런 이유로 캐서린은 납치를 당해서, 어쩌면 곧 죽을 지도 모르는 사람답지 않은 태연한 마음가짐으로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그렇게 3시간쯤이 지났을까, 캐서린의 배에서 꼬르륵, 하고 작게 소리가 났다. 아무리 납치 감금당해 있는 상태라도 좀 부끄러워서 남자를 흘끗 쳐다보니 남자는 듣지 못한 것인지, 관심이 없는지 여전히 아무런 표정 없이 캐서린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캐서린은 묶여있지 않은 오른손으로―왼손만이 벽에 있는 파이프에 수갑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오른손은 자유로운 상태였다.―조심스럽게 주머니를 뒤졌다. 아마 여기에……

  “뭐하는 거지?”

  캐서린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때, 캐서린은 진짜 새파랗게 질렸다. 어느 샌가 캐서린의 바로 앞으로 다가온 남자가 캐서린의 목에 은색으로 번뜩이는 칼날을 들이밀고 있던 것이다. 

  “저, 저기, 그게, 아니, 저……”

  캐서린은 얼른 주머니에서 손을 빼서,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을 남자에게 보였다. 

  “……뭐지, 이건?”

  남자의 미간이 사정없이 찌푸려졌다. 그것이 캐서린이 처음을 본 남자의 ‘표정’이었다. 좀 무섭기는 했지만 사람이 맞기는 하구나―하는 태연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캐러멜이요……. 배가 고파서…….”

  캐서린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 남자의 미간이 좀 더 찌푸려졌다. 아까의 그 험악한 표정이기보다는, 뭐랄까,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물론 캐서린이 볼 수 있는 건 남자의 눈뿐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캐서린에게 캐러멜도 못 먹게 할 마음은 없었는지, 여전히 인상을 쓴 채이기는 했지만 남자는 캐서린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고, 캐서린은 용기를 내어 캐러멜을 포장을 벗―기려고 했지만 한 손이 묶여있다 보니 잘 되질 않았다. 캐서린이 애를 쓰고 있는 것을 보던 남자가 캐서린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의도가 명확한 그 행동에, 캐서린은 별 다른 의문 없이 남자의 손 위에 캐러멜을 올려놨고, 남자는 두꺼운 장갑을 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능숙하게 캐러멜의 포장지를 까서 캐서린에게 돌려줬다. 

  상황과 맞지 않는 묘하게 다정한 분위기에 캐서린은 조금 뻘쭘했지만, 그래도 얼른 캐러멜을 입에 집어넣었다. 단 것이 좀 들어가자 약간 나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남자는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가 캐서린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혹시 캐서린이 먹은 게 캐러멜이 아니라 자결용 독약이지 않을까 확인이라도 하는 것 마냥. 하지만 캐서린이 별 문제없이 캐러멜을 삼키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저기,”

  캐서린이 그를 불렀다. 캐서린 스스로도 자기가 왜 이러는 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남자가 캐서린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이상은 이제 ‘아무 일도 아니에요’라고 말하기는 뭐했다. 그래서 캐서린은 큰마음을 먹고, 자기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캐러멜 드실래요?”

  주머니에 남아있던 캐러멜 몇 개를 남자에게 건넨 것이다. 그리고…….

  “괜찮으시면 한 개만 더 까주시고요…….”

  뭐, 이쪽이 진짜 이유였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남자는 자신이 받은 캐러멜 네 개 중 세 개는 캐서린에게 ―껍질을 까서― 되돌려 주었지만 하나는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한 시간 후 쯤 지나서 누군가가 들어와 남자에게 무어라 속삭이자 캐서린에게 서슴없이 총을 겨누었고, 다행히 총을 쏘기 직전에 또 다른 사람이 급하게 와서 무어라 속삭이자 총을 거두었다. 이때는 아무리 캐서린이라도, 진짜 좀 놀랐다. 

  하지만 결국 캐서린은 살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때의 기억은 초반의 납치를 당할 때와 후반에 죽을 뻔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종종 남자를 떠올릴 때도 있었지만, 캐서린의 기억에 남은 것은 남자의 무표정한 눈뿐이었다. 캐서린에게 캐러멜을 까주던, 그리고 그 대가로 캐러멜 하나를 받아갔던 남자는 캐서린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래서 캐서린은 이후 다시 그를 만났을 때의 그 정체모를 호감을 이해하지 못했고, 캐서린이 그걸 기억해내는 것은 남자가 자신이 70년 만에 미소를 지었다는 것을 기억해내는 것과 거의 비슷한 때였다.


* * * * *


  자신의 이름을 아직 알지 못했던 남자는 주머니에서 캐러멜을 꺼냈다. 아까 전, 자신이 죽이려고 했던 여자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이번 일은 좀 이상했다. 원래 그는 이런 사소한 일―무력한 여자의 납치와 살해 따위―은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다른 일 때문에 잠시 깨어있던 중에 남자가 모르는―궁금하지도 않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 임무를 맡게 된 것이었다. 여자를 납치하는 것은 아주 쉬웠다. 여자는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길에는 사람이 없었으며, CCTV는 미리 꺼놓은 상태였다. 그는 한 10분 정도 여자를 기다리다가, 여자를 발견하고 그대로 기절시켜 데려왔다. 평소라면 절대 그에게 넘어올 리가 없는 지나치게 쉬운 임무였다. 거기다가 또 무슨 일인지 기지 내가 소란스러워서 한참이나 여자를 떠맡고 있어야 했다. 그 와중에 여자는 태연하게 캐러멜이나 까달라고 부탁하질 않나……. 거기다 알고 보니 여자를 데려온 건 실수였고, 여자는 그의 쪽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사람이라서 그의 얼굴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살려서 되돌려 보내야 했다. 하여튼 이래저래 이상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일은 정리되었고, 그는 잠시 혼자 남아 있었다. 조금 있으면 아마 기억을 지우고 냉동될 거다. 언제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별 다른 감흥은 없었다. 고통스럽겠고, 춥겠지. 하지만 그저 그뿐이다. 그에게 그 일련의 과정은 별 다른 감흥을 낳지 못했다. 

  하지만 이 캐러멜은.

  그는 여자가 그의 손바닥 위에 캐러멜을 올려놓던 순간을 떠올렸다. 가죽 장갑 위의 체온이 느껴질 리가 만무한데, 그 순간을 떠올리면 손바닥 중앙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든다. ―이상한 여자였다. 그런 상황에, 자신을 납치한 사람에게 먹을 걸 주다니. 사람은 지나치게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오히려 일상적인 행동을 하려고 한다는 말이 있던데 여자에게는 그 상황이 지나치게 비정상적이었기에 그랬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어디에서 들었지?

  버키는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누군가에게 들은 적 없는 말이, 읽어본 적 없는 책의 구절이, 본 적 없는 풍경이 떠올랐다. 아니, 그런데 버키가 누구지? 그는 고개를 가로젓고 손바닥 위의 캐러멜을 보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 캐러멜의 포장을 까 자신의 입 안으로 넣었다. 

  혀끝부터 시작하여, 입 안으로 달콤한 맛이 훅 퍼진다. 그의 머리에는 없지만 혀는 기억하고 있는 익숙한 맛이다. 그는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캐러멜이 거의 다 녹아 사라지고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야 언제나처럼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그를 불렀다. 그는 또 모든 걸 잊을 거고, 또 얼어붙을 거다.


  하지만 손바닥 중앙에 닿았던 온기와 혀끝에 닿았던 달콤함만은 평생 잊지 않을 터였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 31. 23:59

 

 

토니X트루디

 

 

 

1.

그냥 그 때 바다가 보고 싶었을 뿐이야. 크고, 아름다우면서, 두려우면서,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걸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알아. 나도 알아. 내가 이런 말 하면 웃기겠지. 하지만 정말이야. 왜냐하면 너를 만난 후로 나는 내가 아니거든. …그래. 사실은 전부 거짓말이야. 너도 봤겠지만 그냥 헬기에서 날아온 미사일을 피해 뛰어내렸을 뿐이지. 아니, 그러니까 정확히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피하려다가 바다에 빠졌다고 할까. 그것도 말리부 맨션이랑 같이.

응? 그 때 네 생각을 했느냐고? 당연하지. 제일 먼저 생각했어. 떨어지는 내내 ‘아, 그런데 오늘 저녁에 너랑 같이 영화 보기로 했었는데’하고 생각 했는걸? 네가 날 걱정하겠다거나, 지금 생방송으로 날 볼지도 모른다는 거나,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우리의 작은 데이트 약속을 떠올렸어. 네가 캐러멜 팝콘을 못 먹게 된 게 조금 슬펐어. 두 시간 내내 달콤한 향기로 내 옆에 달라붙은 널 볼 수 없다는 것도. 영화가 끝나면 내 이야기를 네게 들려줄 수 없다는 것도.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동안은 우리가 봐야했던 영화에 대해 생각했어. 네가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해준 줄거리를 떠올려봤는데 내가 기억해낼 수 있었던 건 ‘우주에서 떨어진 외계인이 자기 우주선의 컨트롤러를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것뿐이었어. (이건 인정해야 해, 너는 이야기를 요약하는 법을 몰라. 그리고 난 너의 그런 점도 사랑해.) 그리고 그때서야 네가 왜 그 영화를 고른 건지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거 완전 내 얘기잖아. 그리고 나는 생각했지. 아, 너랑 같이 그 영화를 봤더라면 나는 좀 더 편하게 내 컨트롤러를 찾았을지도 모르는데.

뭐……. 조금 어려운 길로 돌아오긴 했지만 결국 이 모든 사건으로 나는 내 컨트롤러를 (그러니까.. 평화 말이야) 찾았고, 너는 평생 울어야 할 눈물을 다 흘렸지만 아직도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들어.

내가 그 때 편하게 앉아 영화를 봤더라면, 너를 이렇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2.

토니가 트루디와 사귀게 된 것은 그녀가 토니에게 악수했기 때문이었다. 포옹도 아니고, 키스도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토니 스타크씨. 원하신다면 같이 아이스크림 드실래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뜬금없네요, 하지만 좋죠. 토니가 말했다. 둘은 만난 지 석 달 동안 아이스크림만 먹었다. 그리고 매번 악수했다. 포옹도 키스도 없는 석 달이 지나고서, 엉망이 된 배 위에서 토니는 도저히 참지 못하며 외쳤다. 나 너를 사랑하나봐. 왜냐하면 네가 그 때 악수했잖아. 트루디는 전혀 몰랐다는 듯이 울며 웃으며 대답했다. 어떤 악수를 말하는 거예요?

트루디는 어벤져스 사건 후로 토니와 상담을 진행하게 된 쉴드의 어린 심리상담사였다. 첫 미팅 장소를 스타크 타워 앞 배스킨라빈스로 고를 정도로 어린 쉴드 요원. 하지만 그 나이에도 토니의 상담사로 쉴드의 컨택을 받은 걸 보면 그녀가 충분한 실력을 가진 상담사라는 건 확실했다.

처음 쉴드에게서 상담 제의를 받았을 때, 토니는 당연히 거절했다. 자신이 상담을 받을 이유도 없거니와, 상담은 질색이거니와, 상담이라면 배너 박사도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배너는 그 말을 듣곤 인도로 떠날 뻔 했다.) 하지만 어벤져스 모두가 주기적인 상담을 받아야 한다며 스티브가 고집을 굽히지 않는 탓에, 결국에는 토니도 어쩔 수 없이 이 마음의 휴식 시간에 동참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쉴드의 상담사와 연락이 닿고서 그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약속을 미뤄왔다. 애석한 것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녀가 토니의 약점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는 건데 (페퍼나, 로디 말이다) 때문에 토니의 도망은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그렇게 연락을 주고받은 지 한 달 만에 겨우 약속을 잡은 토니가 약속 장소인 배스킨라빈스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벌써 자기 몫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고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토니를 보곤 당황한 나머지 먹던 아이스크림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토니는 칠칠치 못한, 거짓말 조금 보태서 딸뻘인 트루디와의 첫 만남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모든 것이 엉망으로 끝날 것 같다고 느꼈다. 토니는 지금이라도 이 끔찍한 상담 약속들을 취소하고 닉 퓨리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그녀를 홀로 두고 가게를 나갈 수는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억지로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그녀가 신이 나서 악수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토니 스타크씨. 조금 일찍 오셨네요. 원하신다면 같이 아이스크림 드실래요? 그러면서, 그녀는 벌써 몇 년이나 토니를 알고 지냈다는 듯이 친숙하게 웃었는데 그 웃음에 토니도 어쩐지 그녀를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뜬금없네요, 하지만 좋죠.

배스킨라빈스에 도착하기 전까지 토니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속을 내비친다는 상담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게 인생을 알까 싶은 20대 어린 여자라면 더더욱 사양이었다. 하지만 트루디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조금은 수줍게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권유했을 때, 그녀가 토니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토니는 무심코 트루디의 앞에서 긴장을 풀어버리고 말았다. 첫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심리 상담이라는 게 그렇게 허무맹랑하고 쓸모없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내 두 사람이 하프 갤런 아이스크림을 싹싹 비우고 배스킨라빈스를 나왔을 때에는 이 작은 꼬마를 보내준 쉴드에게 약간의 축복도 빌어주었다.

 

 

3.

트루디의 재능은 뭐랄까……. 타고난 거라고, 토니는 생각했다. 트루디는 토니가 그녀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말 할 때건, 혹은 그녀가 이해하지도 못할 새 발명품의 작동원리에 대해 말할 때건 한결같이 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칭찬을 바라는 작은 강아지 같기도 했고 지구의 차원을 초월한 신 같기도 했다. 하여간 그녀가 그렇게 반짝이는 눈으로 토니를 바라보며 이따금 맞장구를 쳐주는 것만으로도, 이상하지만 토니는 모든 일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담이 진행된 처음 일주일간 트루디는 어벤져스 사건, 쉴드, 아이언 맨에 관해서는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녀는 토니에게 “이 시간을 상담이라기보다는 새 친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느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상담을 시작했는데, 그 말에 토니는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나는 여자랑 친구가 되진 않아요. 자거나, 뺨을 맞거나 둘 중 하나죠.”

“하지만 토니는 나랑 자, 자지도 않을 거고! 나도 토니 뺨을 때리지도 않을 건데요!”

“그렇게 당황할 필요는 없지만……. 그건 그러네요.”

그리고서 둘은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에 관해 얘기하거나 가장 오래된 기억에 관해 얘기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가끔은 같이 저녁을 먹기도 했고, 전화로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시시한 일주일이 지나는 동안 토니는 자연스레 트루디에게 말을 놓았고, 트루디도 토니의 짓궂은 장난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토니는 말 그대로 새로운 친구 하나가 생긴 기분에 당황하며 자신의 맨션 출입 카드를 트루디에게 선물했다.

“선물이야. 금발 글래머도 아닌데 20대 여자인 친구가 생긴 건 처음이니까. 앞으로는 이런 카페 말고, 내 맨션에서 만나자고.”

트루디의 이름이 새겨진 빨간 카드를 받은 트루디는 토니가 본 것 중에서 가장 기쁘게 웃었고, 그녀를 본 토니도 뿌듯한 마음에 그녀를 따라 웃었다. 상담이 진전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토니는 트루디와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몽롱한 기분에 빠졌다. 그리고 그녀가 웃는 게 귀여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귀여워 보이던지.

 

 

4.

그 후 친구가 된 둘은 상담이라기보다는 데이트에 좀 더 가까운 만남을 계속했다. 그것도 토니의 말리부 맨션에서. 내담자와 미묘한 관계가 되는 건 실례예요, 하고 트루디가 선을 긋는 탓에 악수 이상의 스킨십을 나간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토니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꾸준히 트루디에게 대시했다.

“처음 만났을 때, 어린애 같은 동양인 여자에게 끌리지 않는다고 말 한 건 토니였어요!”

“내가 언제? 어린 여자에겐 관심이 없다고 했지. 넌 착실한 성인이잖아. 안 그래?”

“하지만 전 금발도 아니고, 글래머도 아닌데요?”

“그건 그렇지만.”

“토니!! 진심도 아니면서 자꾸 장난치지 마요!”

DVD플레이어를 만지작거리던 트루디가 귀엽게 화를 냈다. 그러지 말고, 와서 이거나 좀 도와주세요. 토니는 트루디가 20분 동안 낑낑거린 플레이어의 DVD를 순식간에 재생시키곤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리모컨을 들고 소파로 돌아온 트루디는 영화의 긴 줄거리를 5분이 넘도록 설명해주고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 두 사람은 함께 영화를 봤고, 영화가 끝나면 얘기를 나눴다. 영화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그리고 토니에 대해서.

일주일간의 사소한 대화가 끝난 후, 맨션 출입 카드를 선물 받은 트루디가 제안한 상담 방법은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주고받으며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 지금과는 다른 관점을 (그러니까 좋은 의미의 다른 관점 말이다.) 갖는 것이 목표라고 트루디는 말했다. 그리고 그래서 토니가 변하게 되면. 그렇게 되면, 토니와의 상담도 끝이 날 거라고.

“알겠죠? 영화를 보는 건 데이트가 아니라 상담이에요.”

“그거 꼭 내가 데이트라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하네.”

“맞잖아요?”

“……친구끼리도 데이트 할 순 있잖아.”

“토니-.”

그래서 둘은 애매한 관계인 채로 영화를 봤고, 이야길 나눴다. 토니는 자신이 겪었던 모든 시간들을 트루디에게 털어놓았고, 그러면 트루디는 다음 영화를 정했다. 그게 반복될 뿐이었다. 영화. 얘기. 영화. 얘기. 하지만 그러는 사이 토니는 귀 뒤로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트루디가 귀엽다기보단 예쁘게 보이기 시작했고, 트루디는 소파에 팔을 걸치며 기대는 토니의 숨소리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단 둘이 영화를 보는 두 달이 이어졌다.

 

 

5.

토니가 트루디와의 상담을 그만두게 된 것은 트루디 때문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질 않으니까. 언뜻 보기엔 단순히 삐친 아이 같은 모습인지도 모르지만 그건 아니었다.

토니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한 트루디에게 가졌던 자연스런 호감은 곧 이성간의 호감……. 그러니까 사랑이 될 지도 모를 호감으로 바뀌었는데도, 트루디는 토니와의 적정 거리를 칼같이 지켰다. 좋아. 그건 상관없었다. 토니도 싫다는 여자에게 몇 번이고 치근대진 않으니까. 하지만 트루디도 분명 토니를 좋아하는 게 확실한데도 (그렇지 않고서야 소파에 앉은 토니가 어깨동무를 하면 얼굴이 빨개질 리가 없잖은가? 겨우 어깨동무인데.) 일부러 토니에게 다가오지 않는다면? 그게 좀처럼 진전이 없는 상담 때문이라면? 그게 토니를 놀리는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

토니와 트루디는 이 문제로 며칠간 언쟁을 벌였다. 그리고 그 언쟁은 언제나 누군가의 승리가 아닌 연장전으로 이어질 뿐이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의견을 굽힐 줄을 몰랐고, 괜찮을 것만 같았던 상담의 진행은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토니는 트루디와 함께 영화를 보는 대신에 저녁을 먹고,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싶어졌는데 트루디는 그것들을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 만약 트루디가 정말로 토니에게 변화를 주고 싶었다면. 토니가 행복해지길 바랐다면 손쉽게 키스해주기만 하면 끝났을 텐데.

“나는 토니의 변화를 위해 여기에 있는 거라고요! 토니의 상담이 끝나기 전까지는 함부로 토니와 연인 같은 관계가 될 수 없어요.”

“연인 같은, 이 아니야. 진짜 연인이 되자는 거라고.”

“그건 안 돼요. 그래선 토니 스스로 변하는 게 아니니까요.”

“좋아. 더 이상 날 도와주지 않을 거라면……. 이제 이런 거 그만둬.”

그래서 홧김에 토니는 같이 영화를 보기로 한 상담 약속 여섯 시간 전에 트루디와의 상담을 그만두었고, 토니의 사무실까지 찾아온 트루디는 정말 제대로 된 절차로 상담을 그만두기로 하며 서류를 들이밀었다. 며칠 내내 부루퉁해있던 토니가 생각하지도 않고 서류에 사인하자, 트루디는 조금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마지막으로 토니와 악수했다.

“……토니가 행복해지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기억해줄래요? 토니가 변하기로 결심했다면 혼자 해야 한다는 거.”

“그래.”

“토니가 변하게 되면 그 때 찾으러 갈게요. 안녕, 토니.”

“안녕.”

그리고 토니는 바다로 떨어졌다.

 

 

6.

토니가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을 실행시키며 마지막으로 내뱉은 건 한숨이었다. 아주 무겁고 몇 십년간 가장 깊은 곳에 응축되어있던 단 한 방울의 한숨. 그리고 그는 그 작고 무거운 무언가가 순식간에 빠져나가자마자 믿을 수 없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토니의 평화를 위해 여기에 있는 거라고요. 그러니까 토니가 변하기로 결심하면 혼자 해야 해요. 트루디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배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트루디와 처음 만난 그 날로부터 한참이 지나서, 토니는 지금에서야 자신의 모든 수트들을 날려먹으며 생각했다. 토니가 마침내 자신의 평화를 되찾았고 그건 바로 트루디 덕이라는 걸.

이제 토니는 알 수 있었다. 트루디가 자신을 스스로 변하게 하려했던 이유를. 그건 트루디가 토니를 미워해서도 아니었고, 토니에게 고약한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니었다. 만약 트루디로 인해서 토니가 변했다면, 트루디가 사라졌을 때 토니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둘이 헤어진다는 일이 생긴다는 건 아니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잖은가.) 그건 마치 트루디와 헤어졌을 때 공허한 밤을 보낸 것. 마치 수트가 사라지면 토니 스타크로 돌아가는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제 토니는 변했다. 그것도 스스로의 힘으로.

괜찮아. 그래, 슬픈 얼굴로 만나러 가자. 트루디라면 눈만 마주쳐도 알 수 있을 거야. 지금 이 순간, 토니는 누구보다도 트루디에게 가장 먼저 자신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제 와서 말하긴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결국에는 혼자가 아니라 그녀와 그녀의 상담들 덕분에 토니가 마침내 평화를 되찾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 많은 영화와 팝콘들 때문에 토니가 수트들을 터트릴 수 있었다고 말이다. 빨강, 노랑, 파랑. 색색의 불꽃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토니는 트루디를 만나러 가기 위해 수트 하나를 남겨두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수트가 모두 먼지가 되고 그제야 깜깜한 밤이 찾아왔다. 조용하고 잔잔했다. 문득 토니는 트루디에게 돌아가면 테네시의 할리와 샌드위치에 대해 말해주고, 자신의 짧은 첩보 체험에 대해서도 말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밀린 지난날들에 대해서도 말하고 그리고 나서 펑펑 우는 트루디가 눈물을 멈추기 시작하면 토니는 그녀의 악수 얘기로 모든 말을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배스킨라빈스에서의 첫 악수와, 토니의 사무실에서의 마지막 악수가 결국은 토니를 변하게 했기 때문에.

“……나 너를 사랑하나봐. 왜냐하면 네가 그 때 악수했잖아.”

혼잣말로 짧은 예행연습을 마친 토니는 쉴드의 퀸젯을 타고 날아오고 있을 트루디를 생각하며 간지러움에 손을 꼼지락거렸다. 이유는 없지만 알 수 있었다. 지금쯤이라면 쉴드가 토니를 찾아냈을 거고, 그럼 트루디도 분명 토니를 찾아 밤하늘을 날아오고 있을 거다. 그래서 토니는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어떤 예쁜 웃음을 떠올리며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래, 토니는 트루디에게 고백할 생각이었다.

 

 

 

Posted by Dreamin stellar
2016. 1. 3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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